딸이 곧 태어난다. 7월 말이면 우리 집은 네 식구가 된다. 그 전에 딱 한 번, 지금 이 셋이서만 떠나는 캠핑을 하고 싶었다. 아들 녀석도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알았다. 이 풍경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는 걸.
평일엔 야근, 주말엔 육아. 그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던 숨구멍 같은 시간이었다. 벚꽃이 지기 직전, 우리는 강화도로 떠났다.
1일차 — 도착, 벚꽃, 그리고 고기파티

오후 2시 반쯤 캠핑장에 도착했다. 텐트 피칭하고 짐 정리하고 나니 4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서울은 벚꽃이 이미 다 졌는데 강화도는 달랐다. 사이트 바로 옆 벚나무가 딱 만개 상태였다. 아내도, 나도 잠깐 말을 잃었다. 아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미 자갈밭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날씨도 기가 막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4월의 강화도. 텐트 앞 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그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다.

텐트 앞에서 아들 사진을 찍는데 괜히 뭉클해졌다. 이 녀석이 아직은 혼자였던 아이라는 사실이, 이 장면 이후로는 달라진다는 게 실감이 났다.
저녁 메뉴는 고기파티였다. 양갈비, 쪽갈비, 닭꼬치.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한 것들을 다 챙겨왔다.

고기가 익기도 전에 아들은 이미 신이 나서 노란 컵을 흔들어댔다. 아내는 그런 아들을 보며 웃었다. 임신 막달에 캠핑까지 와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렇게 웃어주니 더 고마웠다.

양갈비가 익자마자 아들이 제일 먼저 손을 뻗었다. 뼈를 두 손으로 쥐고 뜯는 표정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이 녀석은 고기 앞에서 진지해진다. 닭꼬치도, 쪽갈비도 거침없이 먹었다. 어디서 이런 식욕이 나오는 건지.
밤이 됐다. 아들 재우고 나서 아내랑 둘이 텐트 앞에 앉아 있었다. 특별한 대화를 한 건 아닌데, 그냥 좋았다. 일상에선 너무 바빠서 이런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게, 그때서야 새삼 느껴졌다.
2일차 — 만두국 아침, 화덕 샌드위치 점심, 2차 고기파티 저녁

아침에 일어나니 아들이 먼저 깨서 아내 옆에 붙어 책을 읽고 있었다. 텐트 안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다니. 이것만으로도 캠핑 온 보람이 있었다.

아침은 떡만두국이었다. 캠핑장에서 끓여 먹는 따뜻한 국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 아들도 평소보다 훨씬 잘 먹었다. 우리집 충견 오공이는 옆에서 눈치를 보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들 그릇 쪽으로 자꾸 머리를 들이밀다가 쫓겨났다.

점심은 캠핑장 근처 음식점에 갔다. 화덕에 구워주는 샌드위치 집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가게 앞 벚꽃나무 아래서 아들을 안고 있는데 아내가 사진을 찍어줬다. 나중에 보니 꽤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다. 언제 또 이렇게 서 있을 수 있을까.

점심 후 뜨거운 낮에는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아들이 스티커북에 집중하는 옆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튜브도, 업무 카톡도 없이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됐다는 걸 그때 알았다.
저녁은 첫째 날 다 못 먹은 고기로 2차 파티를 벌였다.


저녁 먹고 나서도 아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자갈밭에 쭈그리고 앉아 돌을 하나씩 집어서 구경하고, 또 내려놓고. 특별한 게 없어도 이 녀석은 뭐든 재밌는 모양이다. 그 옆에서 비숑은 조용히 졸고 있었다.
3일차 — 컵라면 아침, 그리고 집으로

마지막 날 아침은 컵라면이었다. 나는 신라면, 아들은 유아용 짜장라면. 어른들도 캠핑 마지막 날 아침 컵라면은 묘하게 맛있다. 아들은 눈을 반쯤 감고 호로록 먹어댔다. 이 표정이 정말 귀여워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텐트 접고, 짐 싣고. 철수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아들은 그 사이에도 자갈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나중에 차에서 발견했다.
집에 오는 길에 명장이 하시는 베이커리에 들렀다. 차 안에 빵 냄새가 가득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빵 먹고 나서 아내와 나, 오공이 셋이서 완전히 뻗었다. 아들만 집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었다. 차 안에서 30분 자고 완전히 충전이 됐는지,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아들이 물었다. "아빠, 또 가?"
그래. 또 가자. 근데 다음번엔 넷이서.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캠핑까지 함께 와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와이프, 이틀 내내 잘 놀아준 아들, 묵묵히 옆을 지켜준 오공이. 그리고 아직 뱃속에 있는 딸한테는 — 빨리 보고 싶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2박 3일이 이렇게 소중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가끔은 그냥 떠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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