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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이야기

강화도 아이와 캠핑 2박3일 후기 — 둘째 오기 전 만 3세와 떠난 마지막 여행

by 내일도아빠 2026. 4. 20.

딸이 곧 태어난다. 7월 말이면 우리 집은 네 식구가 된다. 그 전에 딱 한 번, 지금 이 셋이서만 떠나는 캠핑을 하고 싶었다. 아들 녀석도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알았다. 이 풍경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는 걸.

평일엔 야근, 주말엔 육아. 그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던 숨구멍 같은 시간이었다. 벚꽃이 지기 직전, 우리는 강화도로 떠났다.


1일차 — 도착, 벚꽃, 그리고 고기파티

강화도 캠핑, 2박3일 첫 날 모습

 

오후 2시 반쯤 캠핑장에 도착했다. 텐트 피칭하고 짐 정리하고 나니 4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서울은 벚꽃이 이미 다 졌는데 강화도는 달랐다. 사이트 바로 옆 벚나무가 딱 만개 상태였다. 아내도, 나도 잠깐 말을 잃었다. 아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미 자갈밭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날씨도 기가 막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4월의 강화도. 텐트 앞 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그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다.

 

캠핑장에서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

 

텐트 앞에서 아들 사진을 찍는데 괜히 뭉클해졌다. 이 녀석이 아직은 혼자였던 아이라는 사실이, 이 장면 이후로는 달라진다는 게 실감이 났다.

저녁 메뉴는 고기파티였다. 양갈비, 쪽갈비, 닭꼬치.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한 것들을 다 챙겨왔다.

 

텐트 안에서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들

 

고기가 익기도 전에 아들은 이미 신이 나서 노란 컵을 흔들어댔다. 아내는 그런 아들을 보며 웃었다. 임신 막달에 캠핑까지 와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렇게 웃어주니 더 고마웠다.

 

양갈비 뼈대를 잡고 뜯는 아이의 모습

 

양갈비가 익자마자 아들이 제일 먼저 손을 뻗었다. 뼈를 두 손으로 쥐고 뜯는 표정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이 녀석은 고기 앞에서 진지해진다. 닭꼬치도, 쪽갈비도 거침없이 먹었다. 어디서 이런 식욕이 나오는 건지.

밤이 됐다. 아들 재우고 나서 아내랑 둘이 텐트 앞에 앉아 있었다. 특별한 대화를 한 건 아닌데, 그냥 좋았다. 일상에선 너무 바빠서 이런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게, 그때서야 새삼 느껴졌다.

 

2일차 — 만두국 아침, 화덕 샌드위치 점심, 2차 고기파티 저녁

텐트 안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그걸 듣는 아들

 

아침에 일어나니 아들이 먼저 깨서 아내 옆에 붙어 책을 읽고 있었다. 텐트 안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다니. 이것만으로도 캠핑 온 보람이 있었다.

 

캠핑 2일차, 아침을 먹는 아이와 그걸 부럽게 바라보는 강아지

 

아침은 떡만두국이었다. 캠핑장에서 끓여 먹는 따뜻한 국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 아들도 평소보다 훨씬 잘 먹었다. 우리집 충견 오공이는 옆에서 눈치를 보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들 그릇 쪽으로 자꾸 머리를 들이밀다가 쫓겨났다.

 

캠핑장에 핀 벚꽃을 즐기는 아빠와 아들

 

점심은 캠핑장 근처 음식점에 갔다. 화덕에 구워주는 샌드위치 집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가게 앞 벚꽃나무 아래서 아들을 안고 있는데 아내가 사진을 찍어줬다. 나중에 보니 꽤 마음에 드는 사진이었다. 언제 또 이렇게 서 있을 수 있을까.

 

텐트 안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아빠와 아들, 그리고 강아지

 

점심 후 뜨거운 낮에는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아들이 스티커북에 집중하는 옆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튜브도, 업무 카톡도 없이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됐다는 걸 그때 알았다.

저녁은 첫째 날 다 못 먹은 고기로 2차 파티를 벌였다.

 

여전히 뼈를 붙잡고 뜯는 아이의 모습

 

캠핑장 자갈을 챙기는 아이의 모습

 

저녁 먹고 나서도 아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자갈밭에 쭈그리고 앉아 돌을 하나씩 집어서 구경하고, 또 내려놓고. 특별한 게 없어도 이 녀석은 뭐든 재밌는 모양이다. 그 옆에서 비숑은 조용히 졸고 있었다.


3일차 — 컵라면 아침, 그리고 집으로

꼬치를 뜯어먹는 아이의 모습

 

마지막 날 아침은 컵라면이었다. 나는 신라면, 아들은 유아용 짜장라면. 어른들도 캠핑 마지막 날 아침 컵라면은 묘하게 맛있다. 아들은 눈을 반쯤 감고 호로록 먹어댔다. 이 표정이 정말 귀여워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텐트 접고, 짐 싣고. 철수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아들은 그 사이에도 자갈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나중에 차에서 발견했다.

집에 오는 길에 명장이 하시는 베이커리에 들렀다. 차 안에 빵 냄새가 가득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빵 먹고 나서 아내와 나, 오공이 셋이서 완전히 뻗었다. 아들만 집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었다. 차 안에서 30분 자고 완전히 충전이 됐는지,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아들이 물었다. "아빠, 또 가?"

그래. 또 가자. 근데 다음번엔 넷이서.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캠핑까지 함께 와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와이프, 이틀 내내 잘 놀아준 아들, 묵묵히 옆을 지켜준 오공이. 그리고 아직 뱃속에 있는 딸한테는 — 빨리 보고 싶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2박 3일이 이렇게 소중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가끔은 그냥 떠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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