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직을 고민한다.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복지, 더 큰 회사. 보통은 그런 이유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달랐다. 메이저 금융권에서 이직 제의가 들어오던 시기에,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옮겼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회사로.
지금부터 그 선택의 이유를, 그리고 이직 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써보려 한다.
1. 8년 차 직장인,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
2024년 초,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본인 회사에 와달라고 하셨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 없는 분이었다. 얼마나 인력 문제로 고민이 깊으셨으면 그러실까, 그 마음이 먼저 느껴졌다.
당시 나는 8년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컨설팅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프로젝트 베이스로 돌아가는 특성상 야근은 일상이었고, 밤 11시, 새벽 퇴근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업무 과중으로 슬슬 지쳐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증권사, 자산운용사 몇 군데에서 이직 제의까지 들어왔다. 어찌 보면 커리어의 분기점이었다.
화려한 간판의 금융사로 갈 것인가, 아버지 곁으로 갈 것인가.
2. 연봉 계산보다 먼저 한 것
솔직히 말하면 연봉 계산도 했다. 해당 업계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상한선은 약 1억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빨라지는 직장인 은퇴 시계를 생각하면, 그 숫자가 평생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반면 아버지 회사는 달랐다. 잘만 한다면 기대소득의 천장이 다르다. 언젠가 내가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내와도 오래 고민했다. 2022년 11월에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직후였고, 앞으로 지출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때 장인어른께서 "아버지 회사로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힘이 됐다. 가족의 지지가 있으니 두려움이 조금은 걷혔다.
아버지와 오랜 대화 끝에 결국 이직을 결심했고, 2024년 5월 첫 출근을 했다.

3. 아이 아빠가 되고 나서 달라진 기준
이직을 고민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사실 돈이 아니었다. 아이였다.
전 직장 시절,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오는 날이면 자고 있는 아들 얼굴을 보며 미안함을 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린이집 등하원은 전부 아내 몫이다. 아내는 앞뒤로 한 시간씩 총 두 시간 단축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챙기고 있다. 본인 커리어에 분명히 영향이 가는 선택임에도 묵묵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회사도 월초엔 납품까지 직접 나가다 보니 7시 반, 8시 퇴근은 기본이다. 집에 도착하면 8시 반, 아이 씻기고 재우는 시간에 겨우 맞춰 들어가는 날들이 반복된다.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새벽 퇴근이 일상이던 시절보다는 아이 곁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요즘은 2주에 한 번, 아들과 둘이 나가는 날을 만들려 하고 있다. 아직 두 번밖에 못 했지만, 그 두 번이 꽤 좋았다. 현재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이라 더더욱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노력한다.
4. 이직 후 실제로 달라진 것들
반은 농담이지만, 이직 후 가장 솔직한 소감 중 하나는 이렇다. "어차피 먹을 욕, 아버지한테 먹는 게 낫다."
물론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영업, 구매, QC, 출고, 납품까지 맡은 업무가 너무 방대했다. 이전 직장처럼 정해진 역할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자리였다. 입사 초기에는 그 무게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급여는 아버지께서 최대한 맞춰 주셨다. 이전 수준과 크게 차이는 없다. 다만 컨설팅 업계에 계속 있었다면 올라갔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그 비교는 의미 없다는 걸 안다.
가장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새벽 퇴근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작은 것 같지만, 아들과 아내 옆에서 잠드는 날이 늘었다는 게 지금의 나에게는 그 어떤 연봉 인상보다 크게 느껴진다.
핵심 요약
- 금융 컨설팅 8년 차에 메이저 금융권 대신 아버지 회사를 택한 것은, 연봉 상한선과 빨라지는 은퇴 시계, 그리고 가족의 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 이직 결정에서 가장 큰 기준은 결국 "아이 아빠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 이직 후 업무 범위는 예상보다 훨씬 넓어졌고, 연봉 성장의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새벽 퇴근이 사라진 것, 아이 곁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변화다.
- 완벽한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후회는 없다. 오늘도 아빠를 하고 있으니까.
이 블로그 '오늘도 아빠합니다' 는 그런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시작했다. - 2022년에 태어난 아들, 올 7월 태어날 딸,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직장인으로, 아들로, 남편으로 동시에 살아가는 30대 아빠의 현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 앞으로 이 공간에는 육아 현장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와,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인 가장으로서 돈을 어떻게 모으고 지키고 불려가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기록이 쌓일 예정이다. 금융 컨설팅을 8년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렵고 딱딱한 재테크 이야기를 우리 가족의 실제 이야기로 풀어내 보려 한다.
-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기록하고,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를 그려가는 공간. 비슷한 자리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참고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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