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퇴근하면 아이와 실컷 놀아주고, 주말엔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 가고. 그런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다. 현실은 달랐다. 집에 도착하면 8시, 아이 재우면 9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30분도 안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이게 맞는 건지, 더 잘할 수 있는데 내가 게을러서 안 하는 건지. 요즘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그리고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닐 것 같다. (그렇겠지?)

중소기업 아빠의 하루 —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해진다
아침 6시 기상, 6시 40분 출발, 7시 30분 회사 도착.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저녁 7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퇴근하면 집에는 8시쯤 도착한다. 손발 씻고 청소기 돌리고 나면 아이와 놀 수 있는 시간은 20~30분. 8시 30분에 아이를 씻기고, 책 읽어주다 재우면 9시. 그 뒤에야 아내와 저녁을 먹는다.
| 시간 | 행동 |
| 06:00 | 기상·샤워·출근 준비 |
| 06:40 | 집 출발 |
| 07:30 | 회사 도착, 메일·신문 정리 |
| 08:00 | 근무 시작 |
| 19:00~19:30 | 퇴근 |
| 20:00 | 귀가, 청소기 |
| 20:00~20:30 | 아이와 블럭 놀이 |
| 20:30 | 아이 목욕 |
| 20:30~21:00 | 독서·취침 |
| 21:10 | 아내와 저녁 식사 |
| 23:30 | 정리 후 취침 |
이 시간표를 보면서 처음엔 당연한 일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숫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깨어 있는 아이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이 하루 30분. 아이가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이 12~13시간이라고 하면, 그중 내 비중은 4%도 안 된다.
이게 현실이다. 그리고 아마 비슷한 처지의 직장인 아빠라면 이 숫자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퇴근 후 30분 — 짧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시간이 짧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 30분을 어떻게 쓰느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은 이렇다.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에 맞춰 같이 논다. 예전엔 몸으로 놀아줬는데 41개월이 된 요즘은 자석블럭이나 레고 같은 블럭 장난감을 더 좋아한다. 아이가 원하는 걸 아이 속도에 맞춰 따라가는 것,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씻기고 책 읽어주고 재우는 건 최대한 내가 직접 하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거의 지키고 있다. 아동 발달 전문가들도 취침 루틴을 아빠가 일관되게 해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이 책을 읽어주고 재워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신호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충분한지는 모르겠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찾아보면, 전문가들은 "퇴근 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에게 집중하라", "짧더라도 질 높은 시간을 만들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지쳐서 돌아온 아빠가 그 30분을 완전히 집중해서 보내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까. 완벽하게는 못 해도,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주말 — 제조업 아빠에게 주말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는 24시간 공장이 돌아가는 제조업이다. 첫째·셋째 주 일요일 오전은 회사에 나가야 한다. 그래서 가족 나들이는 자연스럽게 둘째·넷째 주로 몰린다.
첫째·셋째 주는 쇼핑몰, 마트, 키즈카페 수준에서 마무리될 때가 많다. 더 해주고 싶은데 못 해준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그 아쉬움이 쌓이다 보니 요즘은 의도적으로 아이와 단둘이 나가는 날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번은 김포 수산공원 공룡테마 카페, 한 번은 자동차 놀이가 가득한 키즈카페. 아직 두 번밖에 안 됐지만, 아이와 단둘이 보낸 그 시간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전문가들은 아빠와 아이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아이의 사회성과 자존감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엄마와의 시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게 돕는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이가 그날 유독 신나 보였던 건 사실이다.
이번 주말은 좀 더 특별하다. 금·토 연차를 내고 아내 출산 전 마지막으로 세 식구가 함께 강화도로 캠핑을 간다. 벌써부터 살짝 피곤한 감이 있지만 그보다 더 설레는 감정이 크다. 셋이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생각에 더 그렇다.

역할 분담 — 정답은 없지만 방향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우리 집 육아는 90%가 아내 몫이다.
아침 등원, 하원, 놀이터, 저녁 식사, 놀아주기까지 전부 아내가 한다. 나는 퇴근 후 잠깐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것뿐이다. 게다가 아내는 지금 임신 중이다. 생각할수록 미안하다.
얼마 전 아내가 너무 힘들다고 했을 때, 나는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결국 부부싸움이 됐고, 내가 먼저 사과했다. 그 순간 든 생각이 있었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충분히 더 할 수 있는데 편하게 있는 건지. 그 경계가 흐릿하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양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매일 같은 시간에 아이를 재워주는 것, 주말 아침 아내가 늦잠 잘 수 있도록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작은 루틴이 쌓여야 아내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지치면 소파에 앉고 싶고, 퇴근하고 돌아온 밤에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 완벽한 역할 분담을 하는 아빠가 현실에 얼마나 될까. 다른 집 아빠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할 때도 있다.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걸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더 하려 한다는 자세만으로도 어제보다는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정답에 가까운 아빠는 아니더라도, 매일 조금씩 근사치에 다가가는 아빠. 그게 지금 내가 목표로 하는 방향이다.
핵심 요약
- 중소기업 직장인 아빠의 평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30분이 채 안 될 때가 많다. 이건 나만의 현실이 아니다.
- 짧은 시간일수록 루틴이 중요하다. 거창한 놀이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책 읽어주고 재워주는 일관성이 아이에게 더 의미 있는 신호가 된다.
- 제조업 특성상 주말도 온전히 자유롭지 않다. 가능한 주말을 최대한 활용하고, 아이와 단둘이 나가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완벽한 역할 분담은 없다. 하지만 부족함을 인식하고 조금씩 더 하려는 자세가 쌓이면, 어제보다는 나아진 아빠가 된다.
- 정답에 가까운 아빠가 아니어도 괜찮다. 매일 근사치에 다가가려는 아빠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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