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예정일이 7월 말로 잡혔다. 지금은 임신 7개월차. 출산 예정일로부터 100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매일 아침 아내의 출근을 보내고, 저녁에 아이를 재우고 나면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두 번째 임신이라 많이 익숙해진 것들도 있고, 두 번째라서 더 복잡하고 무거워진 것들도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풀어본다.

입덧, 그리고 옆에 있지 못한 미안함
아내는 입덧이 심한 편이다. 첫째 때 더 심했다. 아침에 양치를 하다가 구역질이 올라오는 건 기본이었고,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지 못해 아무 역에서나 내려 진정시킨 뒤 다시 출근하는 날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옆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상황적인 이유로 옆에 있어줄 수가 없었다. 그게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그냥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조차 못 해줬다는 사실이.
둘째 임신인 지금도 입덧이 있다. 첫째 때보다는 조금 덜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힘든 건 마찬가지다. 지금 아내는 임신 7개월차에 단축근무를 하면서 출근을 하고 있다. 병원은 최대한 같이 가려 하고, 집안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하거나 같이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늘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미안함이 더 크다.

첫째 앞에서 둘째 이야기를 자제하고 있다 — 이게 맞는 건가
아들이 41개월이다. 딸과는 약 4년의 터울이 된다. 요즘 첫째 앞에서 둘째 이야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태명을 부르며 언급하거나, 첫째 있는 데서 "동생은 어떤 걸 좋아할까?" 같은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주변에서 그렇게 하면 첫째한테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있다고 해서 따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게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지는 몰랐다. 그래서 찾아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향은 맞는데 방법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첫째 아이들은 둘째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족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이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너에 대한 사랑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단다"는 말을 자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출산 2~3개월 전부터 "배 안에 동생이 있어"라고 알려주는 것을 권장한다. 동생 관련 그림책을 함께 읽고, 아기 용품을 같이 고르게 하면 기대감이 생겨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완전히 숨기는 것보다는 아이 수준에 맞게 천천히 알려주되, 동생 이야기의 중심에 항상 첫째를 함께 두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동생이 생기면 네가 형이 되는 거야. 형은 정말 멋진 거야"처럼 첫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언어가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아청소년정신건강 전문가들도 3~4세 터울이면 첫째가 형·언니 역할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나이라 동생을 비교적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시기에도 질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므로 충분한 관심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들이 지금 딱 그 나이다. 무조건 자제하기보다는, 아들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임신 때 더 힘든 것 — 첫째도 챙겨야 한다
첫째 때는 부부 둘만의 문제였다. 아내가 힘들면 내가 옆에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아내가 입덧이 심해 누워 있는데, 나는 집안일을 하거나 회사 업무를 보고 있다. 그 상황에서 첫째가 놀아달라고 달려온다. 아내 손을 빌리고 싶지만 힘든 사람한테 아이 봐달라고 할 수는 없다. 나 혼자 집안일과 아이와 업무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걸 힘들다고 말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그 몸으로 매일 출근을 하고 있으니까. 내가 힘든 것 이상으로 아내가 더 힘들다는 걸 아니까, 겉으로 표현하거나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부족한 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딸이 태어나기 전, 아들한테 온전한 시간을 주고 싶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다.
다음 달 말에 주말 여행을 계획해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가는 여행이다. 둘째가 태어나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도 나눠 가져야 하니까, 지금 온전히 받을 수 있을 때 그 사랑을 마음껏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아들 입장에선 그냥 신나는 여행이겠지만, 어른들에겐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아빠와 단둘이 하는 외출 시간을 더 많이 만들려 한다. 아들이 아빠만 바라보는 그 시간. 동생이 생기고 나면 그런 시간을 갖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걸 안다. 아들이 지금 아빠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이 몇 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이 커서 이 시기를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래도 아빠는 기억하고 싶다. 둘째 오기 전, 이 세 식구가 함께한 마지막 계절을.

마치며
두 번째 임신이라고 더 능숙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걸 신경 써야 하고, 더 많은 감정이 동시에 올라온다. 아내한테 미안하고, 첫째한테 미안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한테는 잘 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아직 몇 달이 남았다.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하면 된다. 아내 옆에 있어주고, 아들이랑 충분히 놀아주고, 딸이 올 준비를 하나씩 해두는 것.
완벽한 아빠가 되는 건 모르겠다. 그냥 최선을 다하는 아빠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 아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 딸에게도 그렇게 기억되는 아빠이고 싶다.
그로부터 88일이 지난 지금의 마음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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