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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이야기

둘째 생기기 전 첫째와 단둘이 보낸 시간 — 아빠가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

by 내일도아빠 2026. 5. 5.
이 아이가 외동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 잊게 된다.

둘째 오기 전, 첫째와 단둘이 보낸 날들


아이가 내 바지 끄트머리를 꼭 쥐고 걷는다.

공룡 앞에서 울상이 됐을 때도, 처음 보는 물고기 앞에서 잔뜩 긴장했을 때도. 엄마가 없는 날에는 그렇게 내 다리 뒤로 숨거나, 내 바지 끄트머리를 손에 쥐고 졸졸 따라다닌다. 그 작은 손이 내 바지를 잡는 힘이 얼마나 세냐면, 나는 그때마다 이 아이한테 내가 세상의 전부구나 싶어서 벅차기도 하고, 어딘가 안쓰럽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 들곤 한다.

둘째가 7월 말에 태어날 예정이다. 그러면 이 아이는 더 이상 외동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던 시간이 끝난다. 그걸 알면서도 일상에 치이다 보면 자꾸 잊게 되는데, 아이와 단둘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이 시간이 꽤 소중한 거라고.


수산공원, 둘이서만 간 날


주말 오전, 별다른 계획 없이 아이 손 잡고 김포 대명항 쪽으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수산공원. 대명항 언덕 위에 자리한 곳인데, 카페 입구부터 실제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공룡 모형들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 눈이 커졌다. 카페 입구부터 크고 작은 공룡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무서움과 호기심 사이 오묘한 감정이 아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처음엔 기웃기웃하더니, 공룡이 목을 움직이는 걸 보고 얼어붙었다. 그러다 내 다리 뒤로 쏙 숨었다. 

"아빠, 무서워."

안아달라는 말에 번쩍 들어 올렸더니 그제야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안심한 눈빛이 됐다. 나한테 안겨야 무서운 게 없어지는 거다. 그 표정이 우스우면서도 마음이 찡했다.


실사 크기의 공룡 모형을 보고 무서워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의 모습


카페 옆 건물에 있는 몬스터리움으로 발길을 옮겼다. 희귀한 물고기부터 아마존 분위기의 열대어, 작은 상어까지 다양한 해양 생물을 볼 수 있고, 먹이 주기 체험도 가능해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거북이 울타리 앞에서 아이가 달라졌다. 공룡 앞에선 내 뒤에 숨더니, 거북이 앞에선 먹이통을 잡으려고 팔을 쭉 뻗었다. 직접 먹이를 손에 쥐고 울타리 너머로 내밀자 거북이가 천천히 다가오는 걸 보면서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겁 없이 웃는 얼굴을 보는데, 저 표정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빵을 먹을 때도 그랬다. 어른에게도 한입에 먹기 벅찰만한 크기의 빵을 야무지게 베어 먹으면서 "맛있다"를 연발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별거 아닌 빵 하나에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이.


퇴근을 일찍 한 날, 놀이터에서 한 시간


또 다른 날이었다. 와이프가 퇴근하기 전에 내가 일찍 빠져나와서 아이 하원을 시켰다. 오다가 중간에 놀이터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서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어린이집 친구들을 거의 다 마주쳤다.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보더니 그냥 달려들었다. 설명 없이, 인사 없이, 그냥 바로 뛰기 시작하는 거다.

한 시간 가까이 뛰어놀았다. 와이프도 퇴근하고 놀이터로 와서 같이 앉아 기다렸다. 해 질 무렵 놀이터에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아빠 엄마들이 벤치에 앉아 얘기 나누는 그 평범한 풍경이 그날따라 유독 좋아 보였다. 이런 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싶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


아빠가 제일 좋아


"아빠가 제일 좋아."

아이가 가끔 이 말을 한다. 특히 엄마 없이 둘이 있는 날에, 무언가 무섭거나 낯선 일이 생겼을 때 나한테 안기면서. 그 말이 반갑기도 하고, 솔직히 조금 무겁기도 하다. 엄마가 없는 지금 이 순간, 진짜로 내가 전부인 거니까.

공룡 앞에서 내 다리 뒤로 숨을 때, 낯선 곳에서 내 바지 끝을 꼭 쥐고 걸을 때. 그 작은 손이 내 옷을 잡는 그 무게감이 나는 아직도 생생하다. 겁이 나도, 낯설어도, 아빠만 있으면 된다는 그 믿음. 그 믿음이 무너지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둘째가 태어나면 이 아이는 혼자가 아니게 된다. 좋은 의미로도, 그리고 아이 입장에선 조금 아쉬운 의미로도. 그 사이에서 아이가 어떻게 느낄지는 아직 모르겠다.


동생 온다는 걸 아는 아이


아이는 동생이 온다는 걸 안다. 엄마 배에 동생이 있다는 것도, 동생이 나오면 할머니 댁에 가서 자야 한다는 것도. 물론 그게 뭘 의미하는지 온전히 이해하는지는 모르겠다. 만 3세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알고 있는 것이겠지.

그러다가 "이왕이면 맛있는 게 많은 친할머니 댁에 가서 자고 싶다"는 말을 해서 그만 웃어버렸다. 상황의 무게는 모르면서, 그 안에서 자기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다. 아이답게.

어린이집에서는 동생 온다고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다닌다고 했다. "나도 곧 동생 있어"라고. 그 말을 듣고 기특하면서도 잠깐 짠해졌다. 이 아이 입장에선 온전히 반가운 존재만은 아닐 텐데, 그래도 스스로 반기려고 준비하는 것 같아서.


저녁 시간, 아이와 함께 소파에 앉아있는 아빠


둘째가 태어나면 이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충분히 소중하지만, 그때 가서야 아마 더 실감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적어두려 한다.

공룡 앞에서 울상이 됐다가, 거북이한테 먹이를 주면서 환하게 웃었던 얼굴. 해 질 녘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뛰어다니던 뒷모습. 내 바지 끝을 꼭 쥐고 걷던 작은 손.

이 아이가 나중에 이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아빠는 기억한다.


비슷한 상황의 아빠, 엄마들 계시면 댓글로 얘기 나눠요.
  • "둘째 임신 중에 첫째랑 단둘이 특별히 보낸 시간 있으신가요?"
  • "아이가 동생 온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요?"
  • "김포 수산공원이나 몬스터리움 다녀오신 분 계신가요? 어떠셨어요?"
이 글이 비슷한 마음인 아빠한테 닿았으면 합니다. 주변에 나눠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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